20년전 한국 뒤흔든 목사·女선지자, 지금은…

[중앙일보] 입력 2012.10.26 01:22 / 수정 2012.10.26 01:47

그날 이후 20년, 휴거는 없었다…시한부 종말론 버린 그들
1992년 ‘다미선교회 사건’ 주역들 지금은
선교회 만든 이장림 “시한부 종말론 다시 있어선 안 돼”
‘어린 선지자’ 하다니엘 “휴거 날짜 특정하는 건 잘못”
마지막 예배 인도 장만호 “2013~2016년 종말” 또 주장

1992년 10월 28일 자정. 휴거가 불발에 그치자 서울 논현동 다미선교회 지부에서 한 신도가 찬송가 책을 던지며 “사기”라고 외치고 있다. 휴거 사건 이후 전국의 다미선교회 지부에서 신도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중앙포토]

“믿나이다, 믿나이다, 제발 저희를 들어올리소서.”

 1992년 10월 28일 밤. 다미선교회 소속 전국 173개 교회 8000여 명의 신도들이 울부짖으며 예배를 올리고 있었다. 이날 자정은 다미선교회가 예고한 휴거(携擧·예수가 재림할 때 구원받은 신도들이 공중으로 들어올려지는 것)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날 휴거는 없었다. 다미선교회를 이끌던 이장림(당시 44세) 목사는 한 달 전 사기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다. 충격에 빠진 신도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92년 경찰 집계에 따르면 당시 시한부 종말론으로 ▶자살 2명 ▶직장 사직 7명 ▶학업중단·가출 등 21명 ▶이혼 등 가정불화 24명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다미선교회는 1992년 당시 해외에도 40개 지부 1000여 명의 신도가 있었다. 당시 한 신도가 미국에서 ‘92년 10월 28일 예수가 재림하고 99년에 인류가 멸망한다’며 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당시 33일간 다미선교회를 잠입 취재했던 본지 김동호 기자는 휴거 사건을 이렇게 회고했다.

 “휴거 당일 신도들은 휴거 신분증을 가슴에 달고 하늘로 올라가는 순간을 기다렸다. 휴거가 불발에 그치자 상당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일부는 수차례 날짜를 수정해 가면서 계속 휴거를 기다리기도 했다.”

 오는 28일이면 다미선교회 휴거 사태가 벌어진 지 꼭 20년이 된다. 본지 취재진은 20년 전 휴거 사건의 주역들을 추적했다. ▶다미선교회 이장림(65) 목사 ▶다베라선교회에서 활동한 하다니엘(37·본명 하방익) 목사 ▶다미선교회에서 선지자로 지목한 권미나씨(39·여) ▶다미선교회 해외 선교 담당 장만호(74) 목사 ▶다미선교회 분파로 활동한 이만성(56) 목사 등이다.

 일부는 예수 재림에 의한 종말 신앙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세력은 초라해졌다. 당시 휴거론을 주도했던 이장림 목사는 시한부 종말론에 대해 반성하기도 했다.

1992년 10월 28일 밤. 서울 마포구 성산동 다미선교회 본부 앞은 실제로 휴거가 일어나는지 지켜보기 위해 나온 인파로 북적였다. 이날 다미선교회 앞에 설치된 TV에선 휴거 예배가 생중계됐다. [중앙포토]
 ◆“시한부 종말론은 허구”=14일 오전 11시 서울 성산동의 한 건물 2층. 십자가도 간판도 없는 곳에서 찬송가 소리가 흘러나왔다. 현관문은 잠긴 상태였다. 벨을 누르자 60대 여성이 문을 열어줬다. 안에선 35명의 신도들이 예배를 보고 있었다. 예배를 이끄는 전도사는 “다가올 종말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설교를 했다.

 이 교회는 다미선교회 창립자 이장림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곳이다. 92년 휴거 사건 당시 다미선교회가 전국 8000여 명, 90여 개 해외지부에 1000여 명의 신도를 확보했던 것에 비하면 완전히 쪼그라든 모습이다. 한 신도는 “목사님이 이달 초 건강 문제로 기도원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 목사와는 직접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신도들로부터 그의 지난 20년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이 목사는 92년 사기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93년 출소 후 새로운 삶을 살겠다며 ‘이답게(‘사람답게’라는 뜻)’로 개명했고, 서울 서교동에 새하늘교회를 설립했다. 그러다 2003년 건강상의 이유로 목회 활동을 접었다. 이 목사는 지난해 8월 신도들의 요청으로 다시 설교를 시작했다. 서울 성산동에 C교회를 세웠다. 성산동은 92년 다미선교회 본부가 있던 곳이다.

 그러나 이 목사는 더 이상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지 않고 있다. 다미선교회 출신인 이 교회 전도사는 “예수 재림을 믿어야 하지만 종말 날짜를 특정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교재로 사용하는 이 목사의 저서 『요한계시록 강해』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시한부 종말론이 잘못 되었다는 걸 뼈아프게 느꼈다. 시한부 종말론이 다시는 이 땅에 있어서는 안 된다.”

 다미선교회 출신으로 다베라선교회(92년 10월 10일 휴거 주장)에서 활동한 하다니엘 목사는 회개하고 정통 신학으로 건너갔다. 하 목사는 이장림 목사에 의해 ‘어린 선지자’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그러나 총신대학원 등을 거쳐 현재는 경기도 하남시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다. 기독교 이단사이비연구대책협의회 전문연구위원이기도 하다. 하 목사는 “어린 나이에 잘못된 신앙에 흔들린 것을 회개하고 제대로 된 신학을 공부했다”며 “휴거 날짜를 특정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하 목사와 함께 ‘어린 선지자’로 불렸던 권미나씨도 최근 취재진과 만나 “극단적인 종말론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권씨는 휴거 사건 이후 부산·대구 등에서 종말 신앙을 전해 왔지만, 최근 일반 장로교회에 정착했다고 한다.

 ◆“휴거는 꼭 온다”=여전히 휴거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다. 92년 10월 28일 다미선교회 본부에서 마지막 예배를 인도했던 장만호 목사는 “곧 휴거가 닥친다”고 주장했다. 장 목사는 휴거 사건 이후 미국 콜로라도에서 목회 활동을 펼쳐 왔다. 최근 『베리칩에 숨겨진 사단의 역사』라는 책을 출간하고 방한했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베리칩(유전자 정보가 들어 있는 칩)이 모든 사람들의 몸에 심어지는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 휴거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남 거제시에서 J교회를 운영 중인 이만성 목사도 “2013년 3차 세계대전이 휴거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휴거 사건 이후 목회를 중단했다가 2000년부터 온라인 동영상으로 종말 신앙을 전하고 있다.